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숲은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다

by 이동행 2015. 11. 30.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2015.11.28. 선자령

 

 

 

 

숲은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다

 

 

봄부터 가을까지

한껏 피어오르던 숲은

이제 모든 집착과 욕망을 다 떨쳐버리고

무거운 침묵으로

내적인 자기 수련의 길을 걷는다.

 

한겨울 숲의 침묵이 없다면

봄이 오더라도

새로운 꽃을 피워내지 못할 것이다.

 

사람의 일도 마찬가지.

 

삶의 길 위에서

한참 물이 오르며 꽃망울을 틔우고

훨훨 날갯짓할 때가 있어야 하겠지만,

이따금 침묵으로 안을 비추는

내적인 자기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.

 

한창 잘 나갈 때가 있으면

그것을 끝까지 몰아갈 것이 아니라

한번쯤 돌이켜 멈출 줄도, 쉴 줄도 알아야 한다.

 

삶에도

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.

 

그래야 안으로 비추는 깊은 침잠을 통해

또 다시 봄이 오면

새로운 생명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.

 

참된 지혜는

전진과 소유보다는

멈춤과 비움을 통해서

안으로부터 움트는 것이다.

 

저 고요한

겨울 숲의 침묵을 보면서

한 스님의 뒷모습이 떠오른다.

 

오랜 선방 스님께서

어떻게 인연이 되어

도심 사찰의 주지 소임을 맡아 살다가

 

세속적인 시선에서 보면

한창 잘 나가고 명성을 드날릴 때

홀연히 다 놓아버리고

눈 내리는 겨울 숲속으로

걸망 하나 걸머지고 떠나시던 모습.

 

그 뒷모습은

참 자유인의 모습이었다.

스님의 삶에도

한겨울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.

 

세상이 아름다운 것은

영원하지 않고

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데 있는 것처럼,

 

우리들 삶도

오직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

때때로 멈추고 비우며,

안으로 묵연히 침잠할 수 있는

겨울 숲의 침묵과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.

 

 

-법정스님 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