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5.11.28. 선자령
숲은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다
봄부터 가을까지
한껏 피어오르던 숲은
이제 모든 집착과 욕망을 다 떨쳐버리고
무거운 침묵으로
내적인 자기 수련의 길을 걷는다.
한겨울 숲의 침묵이 없다면
봄이 오더라도
새로운 꽃을 피워내지 못할 것이다.
사람의 일도 마찬가지.
삶의 길 위에서
한참 물이 오르며 꽃망울을 틔우고
훨훨 날갯짓할 때가 있어야 하겠지만,
이따금 침묵으로 안을 비추는
내적인 자기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.
한창 잘 나갈 때가 있으면
그것을 끝까지 몰아갈 것이 아니라
한번쯤 돌이켜 멈출 줄도, 쉴 줄도 알아야 한다.
삶에도
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.
그래야 안으로 비추는 깊은 침잠을 통해
또 다시 봄이 오면
새로운 생명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.
참된 지혜는
전진과 소유보다는
멈춤과 비움을 통해서
안으로부터 움트는 것이다.
저 고요한
겨울 숲의 침묵을 보면서
한 스님의 뒷모습이 떠오른다.
오랜 선방 스님께서
어떻게 인연이 되어
도심 사찰의 주지 소임을 맡아 살다가
세속적인 시선에서 보면
한창 잘 나가고 명성을 드날릴 때
홀연히 다 놓아버리고
눈 내리는 겨울 숲속으로
걸망 하나 걸머지고 떠나시던 모습.
그 뒷모습은
참 자유인의 모습이었다.
스님의 삶에도
한겨울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.
세상이 아름다운 것은
영원하지 않고
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데 있는 것처럼,
우리들 삶도
오직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
때때로 멈추고 비우며,
안으로 묵연히 침잠할 수 있는
겨울 숲의 침묵과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.
-법정스님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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